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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 소리 없는 세상에서 울리는 성장의 하모니

by moviestylelist 2025. 8. 5.

코다
코다

영화 〈코다〉(CODA)는 청각장애인 부모와 오빠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녀가 자신의 꿈과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원제 CODA는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자녀(Child of Deaf Adults)’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음악에서 곡을 마무리짓는 종결부라는 뜻도 갖고 있어, 영화 전체의 주제와 아름답게 맞물립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장애를 다룬 영화가 아닌, 진정한 소통과 가족애, 자아실현의 균형에 대해 말합니다.

소통의 경계에 선 소녀의 정체성 찾기

주인공 루비는 가족 중 유일하게 청인으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오빠의 통역자 역할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가족의 삶은 고되지만, 루비는 그 삶을 당연히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 합창단에 들어가고, 선생님의 권유로 보컬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그녀의 내면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해온 자신과, 노래를 통해 비로소 자기 목소리를 찾은 자아 사이의 간극은 점점 커지고, 루비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 앞에 서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그녀의 정체성 혼란과 성장통을 함께 겪으며 깊은 감정의 몰입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랑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그럼에도 연결된 존재들

〈코다〉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가족 간의 ‘이해할 수 없음’이 관계를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방식의 연결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데 있습니다. 루비가 음악을 사랑하고, 노래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그것을 직접 들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간극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애 이상의 감정적 거리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청각을 통한 소통이 불가능하더라도, 진심 어린 시선과 손짓, 촉각적 교감 등을 통해 얼마든지 깊은 연결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루비가 콘서트 무대에서 ‘Both Sides Now’를 수어와 함께 부르는 장면은 이질적 세계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으로,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감동의 절정을 이룹니다.

장애를 넘어선 개성 있는 인물 묘사

〈코다〉는 청각장애를 다룬 영화지만, 장애 자체를 중심 서사로 끌고 가지 않습니다. 대신 루비의 부모와 오빠는 유머 있고 활달하며 때로는 속물적이기도 한, 매우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이는 장애인을 특정 이미지로 고정시키는 편견을 깨뜨리는 중요한 시도입니다. 아버지와 딸이 트럭 위에서 밤하늘을 보며 소리를 손끝으로 느끼는 장면은, 음악이 반드시 귀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님을, 감정이 반드시 말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 영화는 청각장애 가족과의 삶을 동정이나 극복의 서사가 아니라, 고유한 세계와 가치관을 가진 삶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합니다.

묵직하지만 따뜻하게, 현실과 이상을 이어주는 영화

〈코다〉는 어쩌면 너무 익숙한 ‘가족과 꿈 사이의 갈등’이라는 틀 안에서 전혀 다른 감정의 결을 만들어냅니다. 현실의 책임감, 가족에 대한 의무, 그리고 자신만의 삶에 대한 열망이 충돌할 때, 영화는 어느 하나를 절대화하지 않고 그 사이의 조율과 성장을 보여줍니다. 이는 루비가 가족을 떠나면서도 가족의 자립을 응원하고, 동시에 자신의 길을 당당히 걸어갈 수 있게 되었음을 상징하는 결말을 통해 표현됩니다. 음악과 침묵이 공존하고, 소리 없는 장면에서 가장 강한 울림이 들려오는 이 작품은,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관객 스스로 묻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