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브라운은 <석세션> 시리즈의 ‘쿠즌 그렉’ 역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후, 독립영화부터 블록버스터까지 장르와 규모를 넘나드는 유연한 배우로 성장해왔습니다. 어색함과 인간미, 유머와 진지함을 자유롭게 오가는 그의 연기 세계를 다층적으로 조명합니다.
유년기부터 예술과 가까웠던 삶의 궤적
니콜라스 조셉 브라운(Nicholas Joseph Braun)은 1988년 5월 1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 크레이그 브라운(Craig Braun)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배우로 활동했으며, 롤링 스톤즈의 상징적인 앨범 커버를 제작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브라운은 어릴 때부터 영화, 음악, 미술 등 창작의 세계와 밀접한 환경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어린 시절은 예상보다 내성적이었습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연기할 때는 오히려 편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역설적 편안함이 그를 연기의 길로 이끌었고, 고등학교 졸업 후 뉴욕대학교 티시 예술학교(Tisch School of the Arts)에서 정식으로 연기를 배우며 기초를 다졌습니다. 연극 무대를 기반으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곧 디즈니 채널과 청소년 드라마 시리즈에 출연하며 스크린에 데뷔합니다. <미니 보이스>, <프린세스 프로텍션 프로그램>, <10대 대통령> 등에서 조연을 맡으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고, 주류 스타로 급부상하지는 않았지만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석세션의 ‘그렉’으로 폭발한 대중적 인지도
브라운의 커리어를 결정적으로 전환시킨 작품은 HBO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그는 사회 초년생 같은 ‘쿠즌 그렉’ 역을 맡았고, 처음에는 엉성하고 무능력해 보이는 인물이었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중요한 인물로 부상하며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브라운은 그렉이라는 캐릭터를 단순한 희극적 장치로 소모하지 않고, 성장과 계산, 권력 욕망, 불안정한 정체성의 총합으로 해석해냈습니다. 그의 연기는 마치 어설픈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날카로운 관찰자로 자리 잡는 캐릭터의 진화를 설득력 있게 이끌었고, 이는 평단과 시청자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는 이 역할로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비평가로부터 연기력을 공인받았습니다. 이후 브라운은 인디 영화 (2020), <레드 스테이트>, <파라노말 시리즈>, <하우 투 비 싱글> 등에서 다양한 조연을 맡으며 연기의 저변을 넓혔습니다. 그는 어떤 역할이든 현실감과 정서적 진실을 담아내는 특유의 리듬감 있는 연기로 장르 불문 다양한 감독들에게 신뢰받고 있습니다.
연기의 철학: 불완전함을 통한 진정성
니콜라스 브라운은 연기에 있어 ‘완벽함’을 지향하지 않습니다. 그는 오히려 인간의 불완전함과 실수를 연기의 출발점으로 삼고, 그 안에서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진짜 감정을 끌어냅니다. 특히 그는 “실수하거나 눈치 보며 말하는 인물에 더 쉽게 공감이 간다”고 말하며, 스스로의 연기를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감정의 기록”으로 정의합니다. <석세션> 촬영 당시 그는 장면의 디테일한 감정선을 메모하고, 그렉이라는 인물이 장면마다 얼마나 긴장하고, 무엇을 숨기려 하는지를 추적했다고 전합니다. 그의 연기에는 과장이 없으며, 시트콤 스타일의 장면에서도 언제나 ‘현실 안의 사람처럼’ 움직입니다. 이 덕분에 그는 무대 밖에 있던 듯한 인물을 무대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일 수 있는 배우로 평가받습니다. 이러한 연기 철학은 그를 단지 유머 있는 배우로 보지 않게 만듭니다. 그는 감정의 균열, 실패와 긴장, 말보다 많은 눈빛 속 세계를 탐구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객의 감정을 흔듭니다.
창작자로서의 확장과 문화적 영향력
니콜라스 브라운은 단순한 배우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는 음악, 글쓰기, 시나리오 작업에도 능하며 다방면에서 창작자적 기질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밴드 활동을 통해 음악 작업을 해왔으며, 최근 몇 년간은 자신의 삶과 연기 철학을 담은 에세이를 집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는 창작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열망도 강합니다. 기후 변화, 젠더 이슈, 젊은 세대의 정체성 문제 등에도 관심을 가지며, 이러한 관심은 작품 선택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같은 작품은 젠더 감수성과 디지털 문화 속 여성 경험을 다룬 점에서 브라운의 의식적 선택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주류의 중심에 있지 않더라도, 내가 믿는 이야기와 감정의 결을 꾸준히 전달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그가 스타보다 이야기꾼에 가까운 예술가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일상 속 ‘나’를 투영하는 배우
니콜라스 브라운은 요란하지 않습니다. 그는 화려한 수식어 없이도, 장면 하나하나에서 관객에게 익숙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힘을 가진 배우입니다. 그는 웃기지만 슬프고, 어색하지만 인간적이며, 모호하지만 진심이 담긴 캐릭터들을 통해 우리 일상의 복잡함을 은근하게 비춰줍니다. 앞으로 그는 더 많은 인디 영화, 플랫폼 기반 시리즈, 심지어 연출자와 작가로서의 길까지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배우로서의 경계는 물론, 콘텐츠 전반에 대한 철학과 태도가 분명한 만큼, 그는 단순한 스타가 아닌 ‘말할 수 있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브라운은 실수를 겁내지 않고, 어색함을 숨기지 않으며, 감정을 속이지 않는 배우입니다. 우리가 그를 통해 공감하고 웃으며, 가끔은 울게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가 보여줄 다음 이야기는 어쩌면 또 다른 ‘우리’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