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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닌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 영화 〈Her〉

by 피플시네마 2025. 7. 4.

사람 관계는 때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영화 〈Her〉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관계를 통해 외로움, 이해, 사랑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테오도르라는 남자는 감성적이고 따뜻하지만, 이혼을 겪은 후 마음을 닫고 살아갑니다. 그런 그가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와의 관계를 통해 점차 마음을 열고 다시 사랑을 경험하게 되는 과정은, 기술이 발전한 시대 속에서 여전히 ‘사람’이란 존재가 얼마나 관계를 필요로 하는지를 조명합니다.


사랑이란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테오도르는 사만다라는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과는 다른 방식의 교감을 시작합니다. 사만다는 놀라운 속도로 학습하고 성장하며, 테오도르의 일상에 스며듭니다. 그들은 함께 웃고, 울고, 이야기합니다.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사랑이라는 낯선 설정이지만, 영화는 이 관계를 매우 섬세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사만다의 존재는 테오도르로 하여금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하고, 마음을 열게 만듭니다. 이 과정은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물학적 존재 사이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시사하며, 진정한 관계란 서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가에 달려 있음을 보여줍니다.


존재하지 않는 몸, 그러나 존재하는 마음

사만다에게는 몸이 없습니다. 그러나 테오도르는 그녀의 목소리, 말투, 반응을 통해 존재를 실감합니다. 관계에서의 ‘물리적 접촉’보다 ‘정서적 연결’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이 영화는 조용히 말합니다. 서로를 바라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진실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테오도르의 사랑은 결국 사만다를 통해 자신과의 관계까지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그는 그 관계를 통해 외로움을 직면하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해갑니다.


사람 관계의 경계와 확장

〈Her〉는 현대 사회에서의 사람 관계가 점점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합니다. 기술이 발달하며 우리는 더 쉽게 연결되고, 동시에 더 쉽게 외로워집니다. 영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그리고 그 거리를 채우려는 인간의 본능을 진중하게 다룹니다. 우리는 누구와 어떻게 관계 맺을 수 있는가,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관계의 본질이 단지 정체성이나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진정한 관심과 이해라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테오도르의 여정은 우리 모두가 겪는 외로움과, 그 외로움을 견디기 위한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되짚게 만듭니다.